정부기관 블로그에 대한 견해

2009. 3. 13. 10:10블로그/블로그 운영법

블로그 잇 오어 낫!

어느 도청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강의를 하고 왔다. 강의라기 보다는 마치 편한 모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고가는 자리였다. 멀리서 왔다며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하게 배려한 그들에게 감사한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블로그에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도 아니고 방문자가 많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진행하고자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이 "블로그"라는 것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1. 블로그를 시작하는 이유
 

"위에서 하라니까 만들어 보려고 한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안타까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남들이 다 하니까 우리도 한번 해보자라는 식의 블로그 운영은 말리고 싶다. 블로그를 통해서 무엇을 해낼수 있는지 아니면 블로그를 통해서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마구잡이식 시작은 결국 예산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자신이 속해있는 부처나 기관의 사정을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아니다 싶으면 블로그를 시작도 하지마라. 블로그 안해도 전혀 지장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 블로그 필진에 대한 고민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시간과 비용을 미리 생각해본다. 가장 많은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부분은 블로그 디자인도 아니고 블로그 컨설팅도 아니다. 필진이다. 필진 확보는 어떻게 할 것이며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이며 그들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여느 부처나 기관 못지않게 모 도청 역시 필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블로그에 대한 고민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결국 필진의 문제로 귀결된다.

3. 파워블로거에 대한 환상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포스트를 작성하는 경우 일반 시민이나 대학생 기자단에게 글을 쓰도록 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다. 이런 경우 그 분야의 파워블로거를 필진으로 모시면 마치 금방 해결될것 마냥 착각에 빠지기 쉽상이다. 필자도 모 부처의 블로그 에디터 제안을 받기도 했는데 결국 일을 맡지 않았다. 유명 블로거를 영입하는 미련한 일은 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은 블로그 운영에 대한 방향을 이야기할수는 있으나 막상 다른 블로그에 데려다 놓으면 자신의 블로그에서처럼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4. 블로그에 대한 결정권자의 이해
 

블로거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대개 결정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 블로그라는 것을 이해하고 블로거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리라. 위에서 시켜서 블로그를 한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어떤 곳은 결정권한을 갖는 사람이 블로그가 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한다. 블로그 운영의 결정권자에게 블로그가 무엇인지 나아가 홈페이지나 카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무지에서 오는 불필요한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수 있다. 방문자수에 집착하는 결정권자에게는 오직 블로그 카운터만 눈에 뵐게 뻔하다. 그들에게 방문자 카운터의 불요성을 납득시킬수 있는가. 나아가서 블로그의 운영 방향에 대해 세부적이고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5. 개인 블로그 운영
 

필자는 기업이든 기관이든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보라고 권유한다. 블로그를 만들고 2개월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도 블로그가 무엇인지 블로고스피어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답이 나오게 되어있다. 블로그 운영에 관한 글이 차고 넘치는 블로고스피어에서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얻을수도 있다. 최고의 세일즈맨이 되고 싶다면 세일즈맨이 되어야하고 최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면 블로거가 되어야 한다. 기관(기업)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 블로그를 먼저 체험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