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으로 부자와 빈자를 구별하는 방법

2021. 8. 5. 06:53라이프/잡문집

우리 부모님은 부자다. 정확히 말하면 어머니가 부자다.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부동산에 투자하고 이사를 다녔다.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녔지만 근로소득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걸 일찍 아셨다. 시장 바닥 티셔츠를 사 입고 가족들을 위한 지출 외에 본인 소비는 거의 하지 않으셨다. 내가 마흔이 넘은 지금 어머니는 중산층 이상의 부를 이뤘다. 어머니 얼굴이 동안에 부티가 나긴 하지만 옷차림새를 보면 그다지 부자로 보이지 않는다. 명품이나 좋은 브랜드 옷과는 거리가 먼 옷을 주로 입으셨기 때문이다. 엄청난 정신력과 절제력으로 가난한 집에서 부를 일궜으니 경제적 관점에서 어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단계는 무척 단순하다. 소비를 줄이고 소득을 늘리며 투자를 계속해 나가면 결국 부자가 된다. 적게는 십년에는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견디는 강한 인내력을 요구한다. 겉모습으로 부자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까?

 

부자는 없어보이고 빈자는 있어보인다

이 문장에는 상당한 어폐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크게 틀린 말도 아닐 것이다. 부자들은 명품 옷이나 가방에 거의 소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치에 소비하는 그 돈을 투자하면 토지를 매수하는 등 추후 돈을 불릴 자산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부자들은 하나같이 낡은 신발에 브랜드가 없거나 중저가인 브랜드 옷을 입은 수수한 모습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의 멘탈, 즉 일반적인 정신력으로는 부를 축적하기 어렵다. 물론 비트코인, 주식 등 시기를 잘 만나 갑작스레 부자가 된 경우도 있으나 오랜 시간 부를 일궈온 사람들은 소비를 막는 절제 등 자산축적에 대한 정신력이 몹시 강하다. 또한 적거나 큰 성공의 경험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 높다. 남들 시선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부자들이 많은 이유다. 이런 사람들은 시쳇말로 거지같은 옷을 입고 있어도 폼이 난다.

 

반대로 루이비통,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가방, 의류로 치장한 남녀들은 대개 돈이 없다. 자신에게 몇백만원이 생기면 뭘 사서 이 돈을 써버릴지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투자를 통한 자산 증식과 그에 따른 행복감을 느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예외로 부자 중에도 명품에 환장한 부류들을 보게 되는데 어릴 적에 결핍 속에서 자라며 남들에게 무시 당한 경험이 많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실제로 만나본 수천억대 자산가는 남들보다 현저하게 작은 키가 컴플렉스였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도배하고 2억이 넘는 차를 타고 다녔다. 술집에 다니는 여자들을 관찰하면 이해가 쉽다. 그들 대부분은 매일 보기 싫고 냄새나는 남들과 몸을 섞어야 하기에 심리적으로 상당한 열등감과 공허함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자신의 컴플렉스와 바닥으로 떨어진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남보다 우월해보이는 소비재로 온몸을 치장해야 한다. 술집에 나가는 여자들이 샤넬백에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럭셔리하게 치장한 사람 치고 찐부자 없는 건 유머다.

 

일부러 없어보이려고 애쓰는 부자들

세상은 참 재밌다. 없는 사람들은 있어 보이려고 발광하는데 정작 있는 사람들은 없어 보이려고 애쓴다. 어느 국가든지 다수의 대중은 빈자에 속한다. 부자의 수는 늘 빈자에 비해 적다. 그렇기 때문에 빈자들은 부자들을 시기하고 질투한다. 또 무언가 자신에게 해줄 것을 내심 기대하는 부류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자들 중에는 없어 보이려고 자신을 빈자로 둔갑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없다는 식으로 사람들의 질투심을 경계하며 관계를 해치지 않으려고 한다. 

 

중국의 백색가전 대기업에서 영업관리 일을 하던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자산이 수백억 되는 사람들이 옷을 시장에서 생선파는 상인처럼 입고 다녀요. 제가 영업사원이라 잘 나가는 대리점주들을 자주 보는데 십중팔구는 옷을 허름하게 입고 있더라고요."

 

자산 불리는 재미 느끼면 큰 돈 못 써

과거에는 벤츠를 타고 다니면 부자처럼 보였다. 그런데 부에 대한 비밀을 조금 알게 된 지금은 그냥 철없거나 실속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저렇게 고가의 외제차를 굴릴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면 감각상각이 아니라 자산증식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7천만원짜리 벤츠 차량을 굴리는 누군가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차라리 2천만원짜리 중고차를 사고 나머지 5천만원은 토지를 매수하거나 대출을 받아 다른 물건에 투자할텐데. 지금이야 정부 정책 때문에 개발 호재를 만나 5배 10배 되는 토지를 구매하는 일은 하늘에 별따기가 됐지만 매년 10퍼센트 이상 오르는 토지를 매수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고급차 살 돈으로 후진차를 사고 나머지 돈으로 투자하면 세월이 지나 큰 수익률을 맛볼 수 있다는 얘기다.

 

관찰한 바에 따르면 독하게 아끼는 소비와 저축습관을 오랜 기간 실행한 사람만 부자가 된다. 부자가 가난해 보이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구두쇠로 유명했던 거인 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