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녹동 제니스 선상낚시 붉바리 5자 월척 조행기

2021. 6. 20. 23:03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이 글은 내돈을 주고 다녀온 선상낚시 후기글로 업체측으로부터 단돈 1원도 받지 않은 슈퍼클린 리뷰입니다.

 

오늘 친구녀석의 추천으로 친구차를 타고 고흥 붉바리 낚시를 다녀왔다. 원래 쭈꾸미, 갑오징어 낚시를 주력으로 하는 배라고 했다. 어찌됐든 새벽 3시까지 친구집 앞에서 보기로 했는데 욘석이 꾸물대다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괜히 동행했던 나까지 꾸중을 들어야했다. 부리나케 고흥 선착장으로 달려간 우리는 배에 올랐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30분~1시간 정도 바다로 나갔다. 5시가 조금 넘은 이른 아침 바다로 나갔는데 약 20명의 낚시꾼들 사이에서 가장 큰 붉바리를 낚아올리고 말았다. 난생 처음 맛보는 묵직한 손맛이 쉬이 잊히지 않으며 그 감동과 여운이 아직까지 가시지 않고 있다.

 

*녹동 제니스 2호 밴드 https://band.us/band/70037759

 

보라, 주황, 파랑으로 물든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마음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생긴 배 양쪽에서 자리를 잡고 선장의 마이크소리에 맞춰 낚시대를 들거니 내려두거니 하는 방식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한시간쯤 가서 처음으로 바다 위에 배가 섰고 선장의 신호에 맞춰 낚시대를 들었다. 오늘 가장 많이 본 어류는 쏨뱅이였다. 쏨뱅이는 횟감, 튀김, 탕으로도 인기가 좋은 팔방미인이라고 했다.

 

 

10분 정도 낚시를 하고 계속해서 포인트(물고기가 나오는 위치)를 욺겼다. 생새우 미끼를 바늘에 달고 낚시줄을 바닥까지 내리고 있는데 갑자기 낚시대가 휘었다. 붉바리였다. 처음엔 바다 바닥의 바위나 어초에 걸린 줄 알았다. 알고보니 붉바리 특유의 움직임이었다. 낚시줄이 바닥에 걸린 것처럼 엄청나게 묵직한 느낌을 줄 정도로 힘이 좋았다. 오전에 잡은 이 녀석은 한뼘 정도로 매우 작은 녀석이었다.

 

 

이놈은 볼락이라는 물고기라고 한다. 친구 녀석의 말에 따르면 볼락도 맛이 좋은 어종이란다. 생긴것부터 참 맛있게 생겼구나 너!

 

 

오전 조과는 쏨뱅이 10마리, 붉바리 1마리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먹고 친구와 노가리를 깠다. 대학교 친구놈이라 여자 이야기부터 친구 흉보기 등 벼래별 이야기를 다 한다. 얼굴은 니콜라스 케이지를 닮아 무척 성숙해보이지만 실제로는 철부지 어린아이 같은 매력이 있다. ㅋㅋㅋ

 

드리어 오후 낚시가 시작됐다. 기필고 X나게 큰 붉바리를 잡고야 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기를 모으며 나름의 의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엄청난 입질이 왔다. 이번에도 바닥에 걸린 느낌이었고 릴낚시대를 아무리 감아도 올라오지 않을 정도로 힘이 좋았다. 붉바리가 확실했다. 유튜브에서 본 것처럼 비슷한 템포로 계속해서 감아올렸는데 붉바리였다. 주변을 쳐다보니 온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고 거대한 붉바리를 본 친구녀석이 황급히 뜰채를 가져왔다. 바다낚시라곤 겨우 3회 다녀온 초보 낚시꾼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49cm짜리 붉바리가 나왔다.

 

참고로 붉바리는 다금바리보다 윗급으로 알려진 생선으로 얼마전까지 양식이 불가능했기에 엄청나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고급 횟감이다. 친구녀석은 이 생선을 팔면 15만원 이상은 족히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진 속의 손은 사무장으로 불리는 선박 관리자의 손이다.

 

녹동 제니스 2호에서 1등 먹은 붉바리 5짜

 

이녀석을 낚았을 때의 쾌감과 전율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미칠듯한 쾌감이 전신을 휘둘렀고 힘싸움을 했을 때 느꼈던 육체적인 감흥이 몸 속을 휘저었다. 친구녀석도 다행히 46cm짜리 대물을 잡았다. 친구녀석은 낚시 용품점을 운영하는 낚시 고수로 바다낚시의 A부터 Z까지를 경험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붉바리는 이소룡이며 대방어는 김종국이라고 했다. 김종국은 덩치가 엄청 크지만 실제 힘은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했다. 이소룡은 덩치는 작지만 실전 근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덩치에 비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붉바리가 이소룡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대방어는 김종국이라고 했다. 

 

이 녀석이 처음 잡혔을 때 바닥에 걸린줄 알았다. 봉돌을 바닥에 끄는 식으로 몇번이나 줄을 끊어 먹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걸린줄 알고 욕이 나올뻔했다. 그러나 묵직한 파워로 움직이는 걸 보고 릴을 천천히 감기 시작했다. 아무리 끌어올려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걸보니 대물이 확실했다. 너무나도 차분하게 끌어올리는 날 보고는 친구녀석이 넌 너무 차분하다고 나무랐다. ㅋㅋㅋㅋㅋ

 

붉바리도 붉바리지만 내게 특별한 손맛을 선사해준 고기가 있으니 바로 민어다. 처음 이 녀석이 미끼를 물었을 때 쏨뱅이도 아니고 붉바리도 아니고 볼락 큰놈인줄 알았다. 그런데 요놈은 바닥에서도 힘이 좋으며 이리저리 움직였으며 위로 올라올 때까지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민어였다. 사무장은 내가 잡은 민어를 보고 백조기라며 맛없는 생선이라고 했으나 회센터에 가서 회뜨는 아주머니에게 물어본 결과 민어였다. 아주머니에게 사무장이 이걸 백조기라고 했다고 말했더니 그 사무장에게 가서 "사무장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고 이야기하라고 했다.

 

오늘 내가 잡은 물고기 중에 제일 예뻤던 민어도 30cm는 됐다. 머리와 등부분의 비닐이 보랏빛으로 빛나는데 와- 그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물고기에 뽀뽀를 할뻔했다. 민어는 고급 일식집에서 주로 취급하고 수십만원에 팔릴 정도로 고가의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 대가리 뒤에 보이는 친구녀석은 민어를 보고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으며 회뜨는 아주머니에게 민어라는 확답을 받고는 좋아서 어쩔줄 몰라 했다. 

 

 

우리는 회센터에 들러 생선의 포를 떠서 반씩 사이좋게 나눴다. 집에 와서 부모님께 오늘의 조과를 설명드리고 아들이 장원을 먹었다는 쾌재를 알렸다. 부모님은 장원(1등)을 먹은 사실보다는 붉바리회의 맛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한점에 만원짜리 붉바리 회를 올려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분홍색으로 보이는 게 민어회이고 흰색을 띄고 있는 횟감이 붉바리회다. 붉바리회가 다금바리보다 우위라는 말이 사실이었다. 쫀득쫀득, 쫄깃쫄깃하면서도 단 맛이 났다. 여태 먹어보지 못했던 생선회였다. 민어는 살이 물컹물컹하며 담백한 맛이 났다. 어디가서 꿀리지 않은 맛이지만 붉바리회 앞에서는 쭈글이가 돼버리고 말았다.

 

오늘의 낚시는 내 인생에서 최고의 추억을 선사했다. 값비싸고 맛있는 고급 횟감이 붉바리를 잡는 것도 모자라 배 전체에서 가장 큰 놈은 낚는 행운을 맛보았다. 게다가 그 짜릿하고 묵직한 손맛은 보통의 낚시꾼이 평생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에 황홀경에 빠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낚시를 마치고 친구와 돌아오는 길에 내 인생에 이런 손맛은 처음 느껴봤으며 붉바리 대물을 건질 때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70센티가 넘는 대방어를 10분 넘는 사투 끝에 낚아올린 경험이 있는 프로 낚시꾼인 친구 역시 붉바리의 손맛이 대방어를 능가한다고 했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이고 묵직한 파워가 경이롭다고 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까지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내돈내산으로 다녀온 선상낚시였지만 친구의 추천이 없었다면 이런 뜻깊은 추억을 가질 수 없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니콜라서 게이지 최군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