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3. 12:01ㆍ라이프/이것저것 리뷰
부산 해운대구 송정의 한 도로에서 두 차량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고급 스포츠카 차주가 운전 중 도로가에서 내려 폭언을 했다. "얘들아, 너희 아빠 거지다. 평생 똥차나 타라"는 욕설을 했다. 똥차라고 욕먹은 차량은 BMW사의 미니쿠페였다. 미니쿠페도 똥차급은 아닌데 똥차라는 소리를 들었으니 이 정도면 BMW 본사에서도 분노할 일이지 않을까? 둘 다 외제차이지만 두 차량 사이에 체급 차이는 존재한다. 맥라렌은 영국산 자동차 브랜드로 수억원이 넘는 고가의 스포츠카라고 한다. 과연 이 두 차량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보배드림에 글 올린 남성 A씨
부산에 사는 다둥이 아빠라는 A는 2021년 3월 13일 저녁 7시 경 아내, 아이셋을 차량에 태우고 송정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이었다. 중삼거리 부근에서 신호대기 중 정차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골목길에서 7777 넘버를 단 자주색 맥라렌 차량이 골목길에서 빠른 속도로 차량 우측 앞으로 급정차하며 끼어들었다. 무척 놀랐지만 신호가 바꼈고 앞으로 주행하려는 순간 맥라렌 차량 유리창이 내려왔다.
30대 초반 남자가 "똥차 새끼가 어디서 끼어드냐. 이런 개새끼, 씹새끼, 인간말종, 천박한 새끼들, 사회에 불필요한 새끼들, 사회에 암적인 존재" 등 욕을 퍼부었다. 조수석에 9살, 7살 쌍둥이와 아이 하나 가족까지 5명이 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 안 좋은 일이 생길까봐 "알았다. 빨리 가라"고 말하고 창문을 올렸다. 맥라렌 차주는 계속해서 욕을 했고 차량 옆으로 계속 따라와서 송정삼거리 신호 대기중 저희 차량 앞에 정차하더니 맥라렌 차량에서 나와 위협적인 자세로 걸어왔다. 맥라렌 차주는 미니 썬루프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듯 기이한 행동을 취하며 아이들에게 "애들아, 니네 아빠 거지다 알겠냐. 그래서 이런 똥차나 타는거다. 씨발 평생 이런 똥차나 타라!"고 몇번이고 반복했다. 아무 반응이 없고 주행신호가 켜지자 실컷 욕설을 하고 자신의 맥라렌 차량으로 돌아갔다. 맥라렌 차량과 같은 길로 가면 다시 마주칠 것 같아 한번 더 직진 후 좌회전하여 집으로 향했다. 그때 대로에서 맥라렌에 다시 나와 내 차량을 막았다.
집 근처 중동지구대로 갔다. 너무 급하게 주차하다보니 장애인 주차공간에 걸치게 주차를 했고 맥라렌 차주는 차량 사진을 찍으며 국민신문고에 올리겠다고 했다. 차주와 지구대에 들어가서 인적사항을 적고 이야기를 했다. 맥라렌 차주는 "나는 변호사한테 이야기 해놨다. 변호사가 알아서 할거다. 이제 가도 되죠?"라며 거들먹거렸다. 여기까지가 A씨의 주장이다.
보배드림에 올라온 사과문
정말 죄송합니다.
글에 앞서 미니차주분이 어떠했다 라는 내용은 더 적지않겠습니다.
잘못의 경 중에 있어 제 잘못이 많이 크고 잘못된거라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밤부터 저희 가족 모두 단 1분도 눈붙이지 않고 제 잘못에 대한 생각 제 잘못된 처신에 대한 생각을 많이했습니다. 자살을 왜 하는지도 알게되고 정말 괴로운 시간들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유 없이 그러지 않았고 어린아이들에게 상처를 입혀야겠다는 그런 고의적인 나쁜 생각은 하지않았고 제가 화난다는 그 짧은 생각 하나로 가족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형사님께서 연락이 오셨습니다. 송정동 cctv 확보, 중동지구대 cctv도 다 확보가 되셨답니다. 이제야 진실이 밝혀지게 되었고,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진않으니 잘못되었던 그때의 제 행실 행동 언행에 대해 사과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모든 법적인 처벌은 달게받겠습니다. 너무 어린생각에 제 말 한마디한마디가 아이들을 지칭하지않는다해서 아이들에게 상처가 안가겠지 라고 안일한 생각으로 내뱉은 말들이 아이들에겐 상처가 됬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모든 답 댓글에는 핑계없이 죄송하단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 죄송한 상황에 있어 댓글이 달리면 변명하지않고 인정하고 사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어리석고 어린 행동으로 인해 어제 밤부터 화가나셨을, 눈살찌뿌리셨을 저의 아버지 같은 분들께, 삼촌 분들께, 어머니, 이모분들께,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미니 차주님 서로의 차에서 욕하고 끝냈으면 될 일이였는데 제가 굳이 내려서까지 차주님의 차에 가서 분을 표현 한 일 정말 죄송합니다. 개인 쪽찌나 형사님께 따로 연락주시면 제가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모든 법적인 처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분노에 가득찬 한국
이번 사건을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면 한 명의 또라이가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은 것 같다. 그런데 과연 피해를 당했다는 차주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던 건지 아니면 욕을 먼저 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한들 아이들 앞에서 치욕스러운 말을 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겠지만 누가 먼저 빌미를 제공했는지 따져보지 않고 가해자만 일방적으로 욕을 먹는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
또한 부자, 가난한 자 모두 화가 잔뜩 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점이 슬프다. 한국은 학생, 직장인, 주부 할 것 없이 주변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그 중에서도 잘 나야만 속이 후련해지는 사회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지연/혈연/학연 등으로 무리를 짓고 무리에서 이탈한 사람을 왕따시키는 집단 문화도 만연해 있다. 이번 사건도 겉으로 보기엔 돈많은 졸부가 자신 보다 못사는 사람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마치 일방의 잘못인 것마냥 비춰지지만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당사자 외에는 모른다. 하지만 자신이 피해자라며 대형 커뮤니티에 올린 일방의 주장만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반말로 심한 말을 도배했다.
한국 구석구석을 휘감고 있는 분노는 언제쯤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