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 09:01ㆍ라이프/글쓰기 책읽기
시골에서 서울까지 6시간 걸렸다. 버스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영풍문고에 들렀다. 서정주 시인의 책이 있나 봤더니 품절이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다 조지 오웰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동물농장은 조지오웰이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책이라고 들었다. 민음사 책이 술술 읽히지만 강력한 그린의 매력에 이끌렸다. 미르북컴퍼니의 임프린트 더스토리에서 나온 책이었다. 1945년 초판본 디자인이라고 했고 표지를 두른 띠에 조지 오웰의 얼굴이 보였다.
번역가의 이름도 구매 동기로 작용했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동물농장은 도정일이 번역했다. 도정일은 블로그에도 소개한 바 있는데 학력위조 논란이 있었다. 더스토리는 250여 권의 책을 번역한 프로페셔널 번역가 이종인이 옮겼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전문번역과 양성과정의 교수로도 활동했다고 하니 더 믿음이 갔다.
문제는 책 자체에 있었다. 눈에 띄는 오탈자가 2개나(힌트 - 24p, 57p) 됐다. 민음사보다 책값도 비싸게 받으면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출판사 사정이 어렵다는 핑계는 어불성설이다. 커버 디자인과 양장으로 책을 엮을 비용으로 실력 있는 교정자에게 일을 맡겼으면 될 일이다. 일단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는데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버스 안에 차있는 무료를 쫓기에 독서만한 것도 없었다. 슬슬 읽다보니 어느덧 10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동물농장은 내게 블랙코미디였다. 소련의 정치 상황을 풍자한 책이라고 들었다. 모든 페이지를 읽고 느끼는 점은 참 재밌다는 것이다. 마치 한국 사회를 보는 것 같아 빵 터졌다. 인간이 모이면 어딜 가나 이렇게 되나보다 싶었다고 할까.
돼지, 고양이, 염소 등 동물들이 농장주인 인간을 쫓아내고 동물의 왕국을 만든다는 얘기다. 돼지 얼굴과 사람 얼굴이 구분이 잘 안 된다는 문장이 머릿속에 남는다.
왜 사람이 모이는 곳은 늘 동물농장이 되는 걸까? 사람도 결국 동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