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선 시인에게 당부하는 글

2020. 9. 18. 01:10라이프/잡문집

안녕하신가요, 백은선 작가님.

 

서울 마포구에 사는 백은선 산문 독자입니다. 저는 작가님의 시를 아직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가능세계라는 시집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영풍문고에서 한 권 사려고 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헛걸음 했어요. 주간 문학동네에서 작가님이 쓴 '연재를 시작하며'를 읽고 그냥, 좋았습니다. 가슴 한켠이 시려오기도 하고, (작가님은 싫어하겠지만) 나랑 비슷한 색을 가진 사람이구나 하며 일종의 동질감과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시와 산문 사이를 우왕좌왕하며>를 읽고 글을 씁니다. 먼저 감사의 말씀부터 드립니다. 작가님 덕에 한강 작가를 다시 보게 됐거든요. 산문을 쓰는 외국 작가도 덕분에 소개받아 몹시 기뻤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산문 마지막 즈음에

 

"누군가가 이 글을 읽고 너무 싫다고 생각되면 꼭 SNS에 올려주세요. 왜 싫은지. 그럼 제가 참고해서 다른 글도 써볼게. 근데 안 참고할지도 몰라. 나도 몰라."

 

고 쓰신 글을 읽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작가님이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저의 경험으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다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치부를 '글로 드러내는 일'은 더욱 비장한 각오와 더 많은 고민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고요.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이 그럴 거에요.

 

제가 보는 백은선 작가의 글은 해보다는 달에 가깝습니다.

 

건필의 글투로 더 어두운 세계관을 선물해 주세요.

 

장두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