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전말

2020. 9. 1. 20:31사건파일/한국 사건

이승용 변호사는 국회의원 홍준표, 법무부장관 추미애, 전 검찰총장 김진태의 사법시험 24회 합격 동기다.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를 역임하고 제주도로 내려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50분 경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아파트 입구 삼거리가 흥건한 피로 물들었다. 길을 지나던 주민이 스용차 안을 들여다봤다. 운전석에 고개를 숙인 채 늘어져있는 남자가 보였다. 이승용 변호사였다. 당시 그의 나이 44세.

 

경찰과 119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 변호사는 가슴과 배, 팔꿈치 등 6군데의 급소를 흉기로 관통당한 상태였다. 전문킬러의 솜씨였다. 범인은 이 변호사의 가슴 한 가운데를 심장이 있는 곳을 깊숙이 찔렀다. 확실하게 죽인 목적으로 급소만 노렸다. 강도였다면 금품이 사라졌어야 했다. 현금이 든 지갑이 그대로 현장에 남아 있었다. 경찰은 살인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죽음

당시 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 직업으로 통하던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죽음으로 언론과 여론은 유래없이 시끄러웠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사건일 일어난 인근 지구대에 수사본부를 설치했다. 총 7개팀, 약 40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변호사의 직업 특성상 수임 사건에서 원한 관계를 가진 이의 보복살인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했다.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들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진전이 없었다. 사건 현장에는 CCTV가 없었다. 전단지 1만장을 출력해 뿌렸으나 마찬가지로 별다른 첩보는 입수하기 어려웠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을 무렵 특별수사팀은 해체됐고 사건은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남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갔다.

 

‘내가 죽이라고 했다’ 살인 교사범 김씨의 출현

제주도의 조직폭력단체인 유탁파의 조직원이라는 김씨가 나타났다. SBS 그것이알고싶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씨는 본인이 당시 자신이 속해 있던 조폭 두목의 지시를 받아 조직원 중 한명이었던 갈매기에게 살인을 교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교사한 사람 치고는 너무나 자세하게 범행의 내용과 사건 현장을 잘 알고 있었다. 범행 당시 쓰였던 칼의 모양새까지 알고 있었다. 그와의 전화통화를 들은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갈매기가 아닌 김씨를 의심하는 모양새였다. 그것이알고싶다 취재진이 해외에 있는 김씨에게 전화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본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말을 바꿨다. 

 

살인교사범 김씨와 사건현장

 

제주도지사 선거캠프와 부정선거 폭로

과거 제주도지사 선거 당시 이승용 변호사는 신구범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 선거 결과 이 변호사 반대쪽 선거후보였던 우근민이 당선됐다. 그런데 며칠 뒤 당선자 선거캠프에 있던 손정협씨가 나타났다. 그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 유세를 위해 돈을 뿌렸다고 불법선거 내용을 공개했다. 우근민에게 돈을 받아쓰며 당시 기록한 장부도 가지고 있었다. 손씨는 그 뒤로 종적을 감췄다. 이승용 변호사는 손씨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손씨는 그것이알고싶다와의 인터뷰에서 본인 때문에 이 변호사가 죽었다고 했다. 제주도지사 당선자 선거캠프는 유탁파와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즉, 이 변호사가 손씨의 행방을 알아내려고 하자 당선자 캠프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조폭을 시켜 이 변호사를 살해한 사건이라는 그림이 나온다. 순간적으로 영화 비열한거리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린관광호텔과 한씨의 등장

김씨는 그것이알고싶다와의 인터뷰 도중 한회장을 언급했다. 한회장은 한경곤으로 그린관광호텔을 인수한 사람이다. 방송에서 호텔 관계자들은 "한경곤이 제주도에 인맥이 없었기 때문에 김씨가 일을 봐줬다. 호텔에 있는 나이트클럽 산타마리아를 차지하려고 이 변호사를 살해한 것 같다”고 했다. 산타마리아 나이클럽을 김씨에게 준 것도 한경곤이라고 증언했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김씨 지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그린관광호텔 운영자였던 일본인과 관련하여 이승용 변호사와 한경곤 사이에 갈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법적 분쟁이 일어나자 임시로 법원이 이 변호사를 그린관광호텔 대표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가 대표로 선임되기 전에 호텔을 인수한 한경곤은 이 변호사와 마찰을 피할 수 없었다. 자금의 이동이나 출처를 모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주먹 출신인 그에게 이 변호사는 먹물 꽤나 먹은 눈의 가시였다.

 

착착! 맞아 떨어지는 사건의 전말

한경곤의 등장으로 영화같은 사건의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제주도지사에 당선된 우근민에게 한경곤이 찾아간다. 한씨는 우근민에게 카지노 운영권을 받는 대가로 우근민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을까? 우근민에게 이 변호사는 그 누구보다 위협적인 존재였다. 즉 조폭 세계에 있던 한씨에게 이 변호사를 없애주는 대가로 카지노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면 이야기가 얼추 맞아 떨어진다. 한씨도 평소 이 변호사에게 쌓인 감정이 많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인 거래였던 셈이다. 한씨는 평소 자신을 돕던 김씨를 만나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넘겨줄테니 이 변호사를 없애달라고 지시했다면? 흩어져 있던 퍼즐이 완성된다.

 

현직 경찰 간부가 연루된 사건

김씨의 친형의 친구가 제주경찰서 K경정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이알고싶다 제작진이 김씨에게 묻자 K경정과의 친분을 이야기했다. 취재진과 인터뷰한 한 제주도민은 K경정이 유탁파 제2의 두목이라는 말도 했다. 일개 순경도 아니고 현직 경찰 간부가 제주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과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과연 경찰은 부패한 식구의 편을 들까 아니면 정의의 편에 설까?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