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행 추천코스 봄이 오는 길 동피랑과 서피랑

2017. 3. 16. 19:57라이프/소탈한 여행기

통영여행 기자단 발대식이 끝나자마자 1박 2일간의 팸투어가 이어졌다. 봉고차에 올라 앉아있으니 팸투어 담당자분이 꿀빵을 나눠준다. 들어보긴 했지만 처음 먹어보는 꿀빵이었는데 무척 달아서 많이 먹으면 안 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계속 입으로 들어가는 게 신기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두 분이 좌측부터 문화해설사님, 이번 통영 팸투어 담당자님이다. 우리 기자단 일행은 거북선 관람 매표소 건너편까지 차량으로 이동했고 내려서부터는 도보로 움직였다.


시인 김춘수 생가로 갔다. 한국인이라면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을 한 번 쯤 읽어봤을 것이다. 1922년 통영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남보다 더 나은 환경에 우월감을 갖기 보다 오히려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소외감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한다. 마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과 비슷한 그의 성장배경이 자꾸만 머리속을 맴돌았다.



동피랑 마을 초입에 당도하자 장난스러운 소년이 미소를 띄며 우릴 반겼다. 동피랑은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이 설치한 통제영 동포루가 있던 자리다. 원래 통영시가 낙후된 마을을 철거하고 동포루를 복원하며 주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7년 푸른통영이라는 시민단체가 '동피랑 색칠하기, 전국벽화공모전'을 열었다. 전국 미술대학 재학생과 작가 등 18개 팀이 낡은 담벼락에 멋진 그림을 수놓기 시작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벽화로 꾸며진 동피랑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마을을 보존하자는 여론이 형성됐고 통영시는 철거계획을 철회하게 된다. 제법 멋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진 마을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벽화가 재밌다. 모든 것은 모든 이를 위하여! 라니. :)



마을 곳곳 건물마다 귀여운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오징어쥐포를 너무너무 맛있게 구워드립니다"를 본 순간 쥐포 뜯으며 맥주 한 캔 했으면 싶더라.



수익금을 마을 주민 수도요금과 쌀을 사는 데 쓴다는 카페도 보였다. B612 마을커피, 이름도 참 근사하지 아니한가? B612의 노래 나만의 그대모습이 흘러나오면 얼마나 잘 어울렸을까? 하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긴, 이 노래는 서피랑이랑 더 잘 어울린다.



골목골목에 상점들이 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다.



연인끼리 바다를 보고 있는 풍경이 그저 예쁘구나.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예전엔 시기와 질투의 감정 따위를 느꼈다면 지금은 예쁜 사랑 오래 하라고 말해주고 싶으니.



떠나는 이에게도 인사를 아끼지 않는 배려깊은 마을 동피랑. 너도 잘 있거라.



우리 일행은 동피랑을 떠나 서피랑으로 걸었다. 서피랑 역시 '한 사연' 하는 곳이다. 통영성의 중심 서병관의 서쪽에 있는 고지대 벼랑 서피랑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설가 중의 한 분인 박경리가 태어난 곳이며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나처럼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곳이다.



서피랑 벽에는 소설가 박경리의 아름다운 어록이 수놓아져 있다. "창조적 삶이란 논리나 이론이 아닌 감성입니다.", "지성이나 의지가 창조적 삶을 살게 한다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인생을 창조적으로 산다는 것은 희귀한 일입니다.". 어록이 좋아서 잠시동안 사색에 잠겼다.



서피랑 공원에 있는 서포루로 올라가면 바다를 머금은 통영이 보인다. 강구안 앞바다, 서호동 시내, 삼도수군통제영과 충렬사가 한 눈에 들어노느 최고의 뷰포인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서포루의 근엄한 모습이 나를 압도했다. 서포루는 조선시대 숙종 때 외구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세운 군영초소이다. 



99계단 초입에 프로포즈 의자가 있다. 실제로 여기서 사진을 찍는 인스타그램 마니아들이 많이 보였다. 정작 커플보다 여자들끼리 사진을 찍는 게 더 많이 보였다고 할까. "두 분 혹시 사귀세요?".



서피랑의 하이라이트인 99계단에 올랐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가슴이 촉촉해지는 글귀와 알록달록 벽화가 두 눈과 발을 사로잡는다. 박경리 작가의 어록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천천히 사색하며 걸어보기를 권한다.



"고향이 그립지 않은 사람은 없다. 고향은 삶의 기초다. 특히 문학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밑천이다.". 어쩜 이토록 간결하고 가슴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는 걸까?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과 가슴뭉클한 글귀가 있는 여행지 동피랑과 서피랑은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감성을 가진 여행자라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