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전문가 사칭하는 사이비 전문가들

2014. 9. 1. 20:49인터넷/유용한 앱과 웹

고용노동부가 2014년 3월 1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40여개의 신직업 중 자격증 제도를 도입할 13개 직업에 '소셜미디어 전문가'도 포함됐다고 한다. 소셜미디어 전문가라니! 페이스북에는 어찌 그리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이 많은지 놀라울 따름이다. OOO 협회, OOO 진흥원, OOO 연구소라는 이름의 단체 대표이며 책도 썼고 강의도 나간다고 되어있다. 나도 이제 소셜미디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지 7년이 지났건만, 왜 처음보는 이름들만 있는지 그것 참 신기한 노릇이다.


소셜미디어 전문가를 사칭하는 중년 남성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서 자신을 소셜미디어 전문가라고 칭하는 이들을 유심히 지켜보니 대부분 중년 남성들이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단문으로 글을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포장하고 남을 속일 수 있지만 블로그는 그게 어렵다. 블로그에는 자신의 글쓰기 실력부터 평소의 생활습관이나 사생활, 취미 등 사적인 부분들이 거의 필연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내공을 속이는 게 힘들다. 대체로 이들 자칭 소셜미디어 전문가들은 블로그 보다는 페이스북처럼 단문 SNS를 선호하며 그럴듯한 증명사진과 프로필로 자신을 포장한다. 왜 하필 이들 대부분이 중년 남성들인지 연구해봐도 재밌을 듯하다.


전문가가 자신을 전문가라고 하는 것 본 적 없어


블로그 운영 노하우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블로거팁닷컴을 7년째 운영하면서 기업 아이디어 회의강의, 팸투어, 컨설팅, 인터뷰, 라디오 출연, 기업 제휴 이벤트, 기고, 기자단, 정부부처 자문위원 등 다양한 경험을 했고 지금은 정부부처나 기업에서 소셜미디어 운영 대행 외주업체 PT를 진행하는데 업체 선정위원으로 들어오라는 제의도 받는다. 블로그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경험(http://bloggertip.com/notice)한 필자도 블로그 전문가라고 칭하는 게 쑥스럽고 창피하다. 김연아가 "저 피겨스케이팅 전문가에요"라고 하거나 류현진이 "저 야구 전문가에요"라고 하거나 이건희가 "저 경영 전문가에요"라고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어느 분야든 전문가들은 자신의 입으로 자신을 전문가라고 함부로 치켜세우지 않는 법이다.


소셜미디어 전문가에 대한 나름의 정의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되려고 굳이 말콤글레드웰의 말처럼 1만 시간이나 소셜미디어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 단, 오랜 시간동안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고 사유한 사람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까지 볼 수 있다는 말에 찬동한다. 그게 물처럼 아주 사소해보이고 친숙한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렇다. 약 10년 이상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 거의 매일 고민하면 마스터가 된다고 생각한다. 매일 무언가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갖고 10년 이상을 지속하다보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을 넘어 타인의 잘된 사례와 잘못된 사례를 두루 보게 되고 한가지 주제로 다채로운 경험들을 하게 되며 그런 과정속에서 내공이라는 게 쌓인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소셜미디어라는 단어가 나타난 지 10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그대가 소셜미디어 전문가라고? 훌륭한 개그다.


소셜미디어 전문가라면 소셜미디어에서 실력을 보여야


자신을 소셜미디어 전문가라고 칭하는 중년 남성들은 주로 협회 등의 단체를 만들고, 강연을 다니며 수익을 올린다. 또, TV나 잡지 등의 매체에 자신의 얼굴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자기가 전문가라고 떠들고 다닌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 열기는 사진/동영상 공유 SNS 인스타그램 등의 앱기반 SNS로 번지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기업은 신문/TV 광고를 줄이고 온라인 광고 비용을 늘리는 추세다. 정말로 소셜미디어 전문가가 유망 직종으로 떠오를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애플은 소셜미디어 스페셜리스트 무사 타리크(http://www.linkedin.com/in/musatariq)를 영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소셜미디어 담당자 등 온라인 홍보 전문 인력의 채용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칭이 아닌 자타공인 소셜미디어 전문가로 인정받고 성장하 원한다면 강연과 방송에서 말로만 떠들지 말고, 소셜미디어 플랫폼 상에서 실력으로 승부하라. 내공없이 만들어낸 소셜미디어 전문가 타이틀은 당신 자신을 속이는 사상누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