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수가 말하는 애플 아이폰의 교훈

2010. 10. 9. 13:22라이프/이것저것 리뷰

안철수 KAIST 교수


미드(미국드라마, Breaking Bad)를 구하려다가 우연히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의 강연 영상을 접했습니다. KBS에서 인터넷으로 서비스하는 차정인 기자의 뉴스풀이라는 프로그램인데 안철수 교수의 특강을 녹화하여 보여줬습니다. 두 편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내용이 정말 좋아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안철수 교수의 특강을 정리하면서 느낀건데 뺄 것이 거의 하나도 없을 정도로 간결한 점입니다. 주요 내용을 빼내는데 이렇게 힘든 경험은 처음이네요. 뺄 부분이 없거든요. 덧붙이고 싶은 말들은 약속이 있어서 저녁에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즐감하세요.




안철수 교수 소개

의사, 의대교수, 컴퓨터 프로그래머, 벤처그룹 CEO를 거쳐 현재 카이스트 경영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일을 하다보디 컨버젼스(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무릎팍도사 안철수 교수편 추천합니다, 다들 보셨겠지만..^^)


아이폰으로부터 배우는 교훈

들어가면서> 아이폰은 수직적인 효율화 모델이 아닌 수평적인 네트워크 모델이다. 한국 대기업들은 수직적인 효율화에 강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대기업들은 필요한 부품이나 컨텐츠를 조달하기 위해서 하청업체를 통해서 이 하청업체가 최단시간 내에 최저가로 최고의 품질을 가진 부품이나 컨텐츠를 대기업에게 남품하는 것이 보통이다. 대기업은 SCM(Supply Chian Management, 부품조달에서 생산계획, 납품, 재고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관리 솔루션)을 통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은 놀라울 정도로 수직적인 효율화에 강점을 보인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삼성, LG의 휴대폰과 애플 아이폰의 싸움은 하드웨어의 싸움이 아니라 한국의 수직적인 효율화 비즈니스 모델과 미국의 수평적인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의 전면전이다. 


1. 세상은 두 눈으로 봐야 한다.

세상은 다차원적이라서 한쪽 면만 보고서는 전체를 볼수 없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아이폰을 한 쪽 눈으로만 보고 있다. 하드웨어라는 한 쪽 눈으로만 보다보니 입체적인 것도 이차원적으로만 보인다. 두 개 이상의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봐야 삼차원인 물체가 삼차원으로 보이게 된다. 대표적인 사람으로 말콤 글레드웰이 있는데 뉴요커 매거진의 저널리스트(컬럼니스트)이며 2005년 타임지 선정 100인의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뽑히기도 했다. 세계적인 경제, 경영 분야 석학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다. 말콤 글레드웰의 저서를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경영이나 사회 현상을 경영학자의 시각으로 보지를 않는다. 경영학보다 깊이있는 쪽이 사회학, 심리학이다. 말콤 글레드웰은 심리학과 사회학의 시각으로 경영을 본다. 그러다보니 제 아무리 경영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라도 나타낼수 없는 깊이있는 해석을 하고 깊이있는 시야를 갖고 통념을 깨는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즉 두 가지 이상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아야 제대로 된 실체(본래의 모습)를 볼 수 있다. 


2. 수평적인 사고 방식이 중요하다.

IT 산업분야의 전망에 대해서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다. 나(안철수 교수)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회사 중 한 곳의 부사장분이 발표를 했다. 내가(안철수 교수) 발표할 차례에는 IT 산업을 크게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인터넷 서비스 등 여러가지로 나눠서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쉬는 시간에 부사장님이 나를(안철수 교수) 부르더니 분류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바꾸면 좋겠냐고 여쭤보니 그 분이 하는 말씀이 "소프웨어는 하드웨어 부품과 똑같이 하드웨어를 구동시키는데 필요한 하나의 부분품인데 그걸 똑같이 분류상으로 놓아두면 사람들이 헷갈려한다. 그러니 대분류에서 소프트웨어를 빼고 하드웨어 아래 항목에 넣어달라."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는 "저 회사는 절대로 이런 융합의 시대에 어떤 의미있는 일들을 하기는 힘들겠다. 저 회사는 절대로 아이팟 같은 제품은 만들어낼수 없겠다."라고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6년이 지난 지금 전혀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 융합의 시대에서의 시대정신은 수평적인 사고방식이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전문분야에 대해서 내 위나, 내 밑과 같이 수직적인 사고방식으로 보지 않고 항상 수평적인 관계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다보면 상대방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낼수 있게 된다. 수직적으로만 놓고 보면 그런 발상은 이뤄지지 않는다. 즉 컨버젼스 시대의 시대정신은 수평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렇다면 수평적 네트워크 비즈니스 모델은 뭘까? 가장 대표적인 예는 가정용 게임기다. 가장 인기있는 비디오 게임기로 닌텐도의 위(Wii)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는데 이 둘 간의 싸움을 보면 참 재미있다. 만일 게임기의 하드웨어 성능이 높은게 이긴다고 가정한다면 플레이스테이션의 승(Win)이다. 하지만 결과는 닌텐도 위가 압도적인 1위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왜 이런 결과가 발생할까? 사람들이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양한 게임을 하기 위해서인데 그 다양한 게임을 아무리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로 혹은 하청업체에 시켜서는 그 많은 양의 게임 타이틀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부분이 써드파티(Third Party, 판매자 도움 서비스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제 3자 또는 외부업체 정도의 의미)라고 불리우는데 이들은 하청업체가 아니고 수평적이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게임회사이다. 하드웨어 그 자체로만 본다면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의 압승이지만 정작 실제로는 연합군간의 싸움이라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게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까지 합한 모습으로 승부하게 된다. 소니는 덩치는 크지만 연합군을 많이 모으지 못했는데 닌텐도는 자신의 덩치(하드웨어)는 조그만한데 엄청나게 많은 연합군(Third Party)을 모아서 훨씬 더 큰 덩치를 만들어 낸 것이다. 결과는 역시 닌텐도 위의 승리다.

비즈니스는 자신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을 적극적으로 포섭해서 그 사람들의 장점을 최대한 인정하고 그 사람들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있으면 그게 현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셈이다. 그런 것들을 통틀어서 수평적 비즈니스 네트워크 모델이라고 한다. 애플의 경우 단순한 휴대전화로서의 한계를 넘어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애플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준다. 애플과 전혀 관계없는 컨텐츠 업체들이 아이튠즈 스토어에 자발적으로 컨텐츠를 보급한다. 그러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능력이 무서운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에서 성능은 더 뛰어난 휴대폰을 만들더라도 애플이 가지고 있는 자발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도저히 애플을 이길수 없다. 정말로 애플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아이폰을 하드웨어만으로 보지 말고 컨텐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개발에 참여할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커다랗고 전체적인 면을 봐야 그나마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그 시각을 많은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다.

수평적 사고방식은 한국인에게 불리하다. 언어 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극존칭부터 다양한 존칭이 존재하고 있다. 언어는 사고체계를 지배한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대학학번이나 출신 고등학교를 비교해보고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저 사람이 내 위인지 밑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마음 편하게 대화를 하는게 한국사람들이다보니 수평적인 사고방식이 힘들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보면 대한항공 이야기가 나온다. 대한항공은 20여년전 세계 최하위 항공사였다. 비행기 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불과 2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최상위 항공사로 거듭났다. 단 시간에 세계 최하위에서 세계 최상위가 된 항공사의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런 도약의 비법은 무엇일까? 비행기 조종석에 기장과 부기장이 타고 있는데 기장이 피로 혹은 판단착오로 위험한 것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 때 부기장이 역할을 대신하여 보완할수 있다. 즉 기장과 부기장은 상호보완체제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나라 항공상의 기장과 부기장은 한국말로 소통하다보니 부기장은 기장에게 토를 달지 못하는 문화가 됐다. 기장이 괜찮다고 하는데 부기장이 토를 달지 못하니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말을 하지 못하다가 떨어져 죽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러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다가 기내에서 하는 한국 사람들끼리의 대화도 영어로 바꿨다. 그러다보니 존칭도 사라지고 위험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경고도 하게 되면서 사고율이 급락했다고 한다. 그렇게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돋움 할수 있었다. 이런 내용들이 책에 나온다. 한국인의 언어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해야 융합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3.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세상이라는게 복잡해서 극단적으로 이쪽 아니면 저쪽이라고 할 수 없다. 세상을 흑백논리로 보는건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흑백논리는 머리 나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다. 균형감각에 대한 참 좋아하는 표현 중의 하나로 일본 여류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표현이 기억에 남는다. "균형감각이란 양극단의 정확한 중간지점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균형감각은 양극단을 오고 가면서 끊임없이 최적점을 탐색해나가는 과정이다." 라고 했다. 균형감각은 정적인 개념이 아니라 동적인 개념이다. 두 개의 선택 중에서 정답은 그 도중에 있게 마련인데 그건 상황에 따라서 역동적으로 바뀐다. 그러므로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추구해 나가는 수 밖에는 없다. 우리나라의 여러분야에 흑백논리가 팽배해 있다. 예를 들면 교육분야인데 문과/이과를 구분하는 것이 그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 나눌때의 기준을 보면 수학 잘하고 영어 못하면 이과, 영어 잘하고 수학 못하면 문과로 나뉜다. 워튼 스쿨 MBA를 다녀왔다. 워튼 스쿨은 세계에서 금융쪽으로 가장 유명한 MBA 과정이다. 가서보니 수학 못하는 사람은 절대로 금융 전문가가 될수 없었다. 수학적인 머리가 금융을 잘하게 되는 베이스가 된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기술쪽을 하다보니 이 쪽은 세계적인 최신 정보가 다 영어로 나온다. 영어를 잘 해야 좋은 엔지니어가 될 수 있다. 정리하면 수학을 잘해야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가 되고 영어를 잘해야 세계적인 엔지니어가 될수 있는데 우리나라 옛날 사고방식으로 수학 못하면 문과 가고 영어 못하면 이과 가면 우리나라는 절대로 세계적인 금융 전문가나 세계적인 엔지니어/과학자도 나오기 힘들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이렇게 이과/문과로 나눌까? 균형감각이 중요한 시대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