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나

2010. 1. 16. 15:18라이프/잡문집

바그다드 카페 Calling You가 들려오는 듯한 그림


아, 이게 며칠만의 포스팅인지. 회사 다니느라 포스팅을 못했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테고 설렁설렁 글을 쓰는 건 싫어서 댓글하고 방명록 정도만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주말이라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해서 글을 써봐요. 음악이 맺어준 인연과 고마운 사람들과의 추억은 제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게 헤어진 A가 좋은 음악을 발견했다며 들려준 그노래 IRIS를 듣고 있어요.




High School Fever
이야기는 고등학교 시절로 올라갑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였는지 시스템 다이어리에 발라드 노래 가사를 적어놓고 수업시간에 외우거나 중얼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돌려보고 제 다이어리가 꽤나 인기가 좋았습니다. 사랑할수록(부활), 밤의 길목에서(김세영), 나만의 슬픔(김돈규), 사랑과 우정사이(피노키오) 등등 발라드 음악에 심취해 있었죠.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오직 농구와 친구 그리고 음악이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대학 입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수 있는 고3때 DS라는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이 친구로 인해 공부와는 좀 더 멀어지게 되고 신나는(?) 고3 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남들은 공부하느라 야자시간에도 열공하고 있는데 둘이 야자를 땡땡이 치고 오락실을 가거나 이어폰 꼽고 음악을 들으며 노가리를 깠습니다. 지금도 이 친구를 만날때면 이구동성으로 서로에게 원망합니다. "내가 너 때문에 꼴통들만 다니는 대학갔어~ 니 때문에 인생 베렸어." 라고 말이지요. MP3 자체가 희귀했고 거의 전무했던 시절이었기에 우리는 카세트 테이프를 애용했습니다. 김현정과 유승준 테이프를 넣고 이어폰을 한쪽씩 끼운채로 인생에 대해 논했던 그 때가 그립습니다. 핏덩이들끼리 인생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낄낄대던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김현정 노래 그녀와의 이별은 사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노래는 아니였습니다만 친한 친구가 좋다고 하니 그저 좋았던 기억입니다.


RA File
대학교 1학년때 GJ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올라온 그는 노랗게 물들인 머리에 힙합바지를 입은 어수룩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레독스 점퍼나 일명 닭바지라고 불리우는 조폭스러운 패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촌놈들에게 그의 힙합 패션은 그야말로 생소함 그 자체였습니다. 모두들 그를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저는 그의 독특함이 좋았습니다.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 우리 둘은 디스켓을 들고 다니며 음악을 공유했습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3.5인치 디스켓으로 RA 형식의 음악을 공유하며 리얼플레이어로 음악을 즐겼던 기억입니다. MP3가 뭔지도 모르는 시절이었죠. 친구 따라 강남간다는 말도 있죠. 저는 힙합음악을 좋아하는 GJ의 영향으로 친구따라 (마음속으로) 할렘을 몇번이고 다녀왔습니다.


Rock DJ (로비 윌리엄스 노래 말고요.)
SR이라는 친구와도 친했는데 SR은 ROCK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너바나, 오아시스, 메탈리카, 라디오헤드, 마릴린 맨슨 등등의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였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를 따라서 처음으로 영상음악감상실이라는 곳을 들르게 됩니다. 영상음악감상실에서 멋진 음악을 들으며 빠는 담배 한모금의 맛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DJ형님(누님)께 노래를 신청하고 내가 신청한 곡이 흘러나올때의 기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SR 덕분에 DJ 형님들과 잦은 술자리를 갖게 됐고 음악을 잘 모르던 저는 엉겁결에 DJ 알바를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알고 지내던 형님들이 지금은 교통방송과 KBS라디오에서 DJ로 활약하고 계십니다. 음악실 박스 안에 들어가서 신청곡을 받고 음악을 틀어줄때면 왠지 우쭐해진 기분도 들고 좋았습니다. MP3, 뮤비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보편화 되어가면서 영상음악실은 사양 업종으로 도태되기 시작했습니다. 급격히 떨어진 매출 때문에 월급을 못받기도 했지만 두시간씩 하는 DJ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마냥 좋았던 기억입니다.(월급 주라고 사장 형들 엄청 갈궈댔음을 시인합니다.) 이 당시에 새로운 음악도 많이 접하게 되고 올드팝과 록음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2시간씩 타임을 보곤 했는데 저의 첫곡은 언제나 Alice in Chains의 Would (MTV Unplugged 버젼)의 차지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Layne Stanley라는 가수의 목소리에 푹 빠져 지냈어요.


Prologue
프롤로그는 꼭 앞에 와야 한다는 법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음악을 만나게 되고 좋은 음악은 되새김질 하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프롤로그가 여기쯤 와줘야 적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들께 추천도 할겸 지금 듣고 싶은 노래를 끼적입니다.

Gustavo Santaolalla - Opening(Film "Brokeback Mountain")
Nujabes - Aruarian Dance
Parov Stelar - A Night In Torino
Depapepe - Kitto Mata Itsuka
Jamiroquai - Talulah
Keane - Walnut Tree
김동률 - Cosmos
Pat Metheny Group - Another Life
Mark Knopfler - Behind with the Rent
Maximilian Hecker - I'll be a Virgin, I'll be a Mountain
Adel - Hometown
Cat Power - The Moon
Nujabes - Luv Sic pt.3
Moby - Porcelain
Daft Punk - Something About Us
Idaho - Have to Be
Idaho - Cherry Wine
이소라 - 바람이 분다
Catpower - Sea of Love
Corinne Bailey Rae - Trouble Sleeping
Fray - How to Save a Life